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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by 당근영근 2023. 9. 19.
 
이 책은 1999년 발간된 책이다. 최근 장기 베스트셀러인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반드시 읽어보라는 추천 목록에 있어 재발간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내용은 두 가지였다.
 
먼저 책의 제목과 연관깊은 유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 고대 은나라에서 조갑이 쿠데타로 형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 그 은나라의 기록인 ‘상서’가 있었다. 이 ‘상서’가 유학자들에 의해 축약되고 왜곡(?)되었다고 한다. 이 때 조갑은 자기의 권위를 위해 당시 많았던 자연신 대신 자신의 조상신을 숭배하기 위한 제례를 강조한다.
그 후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우게 된다. 새로운 주나라는 은나라의 제례를 담당하던 사람들에게 제례문화를 담당시켰는데, 이 사람들이 ‘유’였다는 것이다.(유교의 유) 이 ‘유’들은 다른 신들과 조상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하늘 천’이라는 절대신의 개념을 가져온다. ‘천’과 여러 신이 공존하되 왕을 하늘의 아들 ‘천자’라고 하여 왕의 권위를 가져다 주게 된다.
공자는 이 주나라의 종법을 가지고, 절대적 권위를 입혀서 교육을 시켰다. 검증불가능한 과거 인물을 성인으로 치켜세우며 도덕적 기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유교는 과거에 있는 허구의 왜곡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자학 또한 주자라는 개인의 상념과 사색으로 만든 이론일 뿐인데, 우리 조선은 몇 백년 동안 그 이론에 빠져서 허송세월을 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짱시의 깊은 산속에서 별을 헤며 끄적였던 한 불면증 환자의 에세이가 불러온 파국치고는 너무 비참한 것이었다”라며 주자학을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발간된 지 20년이 넘은 현재 시점에서 당시의 비판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본 만화의 침공,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대중문화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당시 문화적 빈약을 걱정했지만, 지금 BTS, Black Pink 등으로 대변되는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봉준호 감독의 아케데미 수상 등 나름대로 문화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한자 병행이나 영어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을 보면 지금은 영어에 대한 강조는 너무 강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얘기했던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지금도 잘 정비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유교적 가치관(예를 들면 남아선호)도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우리나라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김경일 교수는 책 발간 당시 40대 나이로 상명대 중어중문과 교수였다. 근황을 확인해보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지만 잘 나오지 않는다. 나의 검색실력이 좋지 않은가 보다. 그후로 24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60대로 교수직은 은퇴하셨을 것 같다. 당시 교수님이 당시 IMF등으로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어려워졌던 20대에 대해 걱정하셨는데, 20대였던 내가 이제 교수님보다 나이가 많은 50대가 되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계속 그 변화는 진행될 것이다. 나도 모르게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사고와 관습이 있다면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2023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