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당근영근 2024. 4. 6. 08:07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유명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였던 저자는 뇌졸증으로 쓰러진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로지 왼쪽 눈꺼풀 뿐이다. 상대방이 알파벳표를 보여주면 자기가 원하는 글자에서 눈을 깜빡이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며 심지어 이 책을 쓰기도 했다.

잠수종(Diving Bell)이란 단어는 세월호 사건 때 투입여부를 가지고 논란이 되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종모양으로 생긴 통을 물속에 넣고 안쪽에 공기를 주입하여 잠수부의 수중 활동을 도와주는 기구이다. 여기서는 즉 잠수종 안에서 있는 상황처럼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비유하는 단어로 쓰였다.

나비는 프랑스어로 ’빠삐용‘이다. 아마 유명한 영화 제목이 떠오를 것인데, 이처럼 나비는 프랑스에서는 자유를 상징한다.

몸은 잠수종에 갖혔지만,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롭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한 제목인 것이다.

이 책은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인간 승리 표본으로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책 내용은 저자가 쓰러지고 의식을 회복한 후 병원 입원해 있으면서 느낀 것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도 있고, 가족과의 회상, 지인들과 주고 받는 편지로 힘을 얻는 이야기와 재활 과정을 포함한 병원 생활, 병원 의사나 도우미 또는 다른 환자들에 대한 내용도 있다. 쓰러지던 날에 대한 기억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그리고, 쓰러진 지 15개월만에 저자는 세상을 떠난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과 만나게 되면 과연 나는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정은 의미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면 내 인생도 좀더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 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종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종점 없는 지하철 노선은 없을까? 나의 자유를 되찾아 줄 만큼 막강한 화폐는 없을까? 다른 곳에서 구해 보아야겠다. 나는 그곳으로 간다."
(본문 중)

(202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