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담 (김보영)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2001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주인공 로봇이 몇 천년 이후에 인간은 모두 사라지고 로봇만이 남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인류는 멸망하고 로봇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 영화의 끝이였다면, 이 소설은 이야기의 시작이다.
아주 먼 미래, 로봇들은 전자두뇌를 가진 로봇만이 진정한 생명체라 믿고 있다. 본인들의 원천인 공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모르지만, 생명(로봇)은 공장에서 태어나고, 각종 부품들은 재활용될 뿐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세상에 유기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추구하는 로봇들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서 로봇사회는 인본주의와 로봇원리주의가 분리되어 갈등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보면 먼 은하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일부 과학자가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현재 우리의 지구이다.
DC코믹스 ‘루터’라는 작품은 슈퍼맨을 제압한 천재 과학자 ‘루터’가 세계를 평화롭게 지배하면서 인류는 고도의 발전을 하게된다. 그렇게 몇 천년(?)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그 행성에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루터’의 후손은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조그만한 우주선에 실어보낸다. 좀 이상하지 않나? 그게 그립톤 행성이고, 슈퍼맨이다. 이건 과학적인 SF는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를 뒤섞어 시간적 역설을 만들어 재미있게 설정한 내용이다.
이와 같이 먼 미래에 지구 또는 인류라는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기존에도 많이 있다. 소설의 초반에는 이처럼 로봇의 기원을 찾은 이야기겠거니하면 약간은 진부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생명체란 무엇인가 고민한다. 우리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 생명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주에서 제일 많은 원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우주를 생각하면 우리와 전혀 다른 무기질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없을 거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만약 그런 무기질 기반 생명체가 존재하고 지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 소설 속의 로봇처럼 유기체 생명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로봇 세상에서도 모델 종류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 인종차별(로봇종 차별이라 해야 하나)이나 인간을 둘러싼 종교에 대한 수용과 갈등 등 다른 많은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이 로봇, 특히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다양하고 풍부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인간의 이야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소설이 예상외 사건 전개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일독해보기를 권해본다.
(202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