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런버거)

당근영근 2024. 6. 25. 10:23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런버거)

원제는 Apocalypes Never 이다. 아포칼립스가 요한계시록이니깐 대략 ‘종말은 없다’ 뭐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책 표지에도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라고 되어 있다.

이 책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여러 환경 문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먼저 얘기한다. 고래의 남획은 막은 것은 등유로 고래기름을 대체했기 때문이고, 바다거북과 코끼리는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거북이 죽어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숫자다. 우리가 석유나 플라스틱 등 인공물이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관념과 달리 실제로는 그런 것 때문에 더 많은 야생동물이나 환경이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구역을 지정하거나,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해서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 나라가 산업화되어 경제가 발전해야 결과적으로 그런 곳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에너지 밀도로 설명한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더 작은 면적에서 더 적은 탄소배출을 할 수 있다. 나무같은 1차원 자료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자원을 사용해야 환경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는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너무 낮고, 변동성이 너무 커서 제대로 대체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문제 또한 작지 않다.

우리가 여러 대중 매체 등을 통해 듣고 있는 여러 환경 관련 사실 들이 실은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기후 변화에 바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2050년)에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맞이할 거라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 종말론적 환경주의자(기후 양치기)의 역사를 추적해보면 멜서스를 지적한다.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인구 대비 식량생산이 부족하여 빈곤, 죄악, 전쟁 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인구 폭발에 의한 재앙은 식량 생산이 실제로는 더 많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져 인구론이 잘못된 것이 밝혀지자, 멜서스주의자들은 냉전시대 핵전쟁으로 종말론적 위험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70년 이상 핵무기가 있어도 힘의 균형에 따른 잠정적 평화가 이어지자, 이제는 기후변화로 종말론이 옮겨왔다는 것이 저자의 얘기이다. 또한 그런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는 천연가스와 풍력 발전 회사의 후원을 받으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더 많은 화력, 풍력 발전소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개발 국가의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력 댐건설을 반대하여 산업화를 더디게 하고,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대체 에너지(태양광, 풍력)을 강요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미개발 국가의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산업화와 농업생산성 향상을 통해 숲 파괴를 줄이고 쓰레기 처리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 선진국의 환경주의자들은 자기 나라에서는 하지 않을 일들을 미개발 국가에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도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재앙같은 극단적 얘기는 자기의 이념과 이익을 대변하는 힘있는 단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런 종말론적 관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자연과 번영’이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유명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으로 살충제(DDT)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음으로써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주장과 그 살충제를 금지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진드기 등 여러 해충으로 인한 인간 피해가 더 크다는 주장이 상존한다.

여기서도 원자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다. 알겠지만, 원자력은 사고 시 재앙적 피해가 발생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원자력은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하며, 폐기물 처리도 다른 발전 대비 더 작은 면적을 사용하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기술로써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인간 문명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것은 원자력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반된 주장이 있을 때, 나 같은 비 전문가들은 어떤 것이 진짜 팩트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어느 쪽이든 극단적인 주장은 대부분 오류가 있거나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소 관념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생각없이 전달받는 많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준다. 550페이지라 다소 부담스러운 양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하나 하나 읽어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