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손원평)

당근영근 2024. 7. 7. 10:00

아몬드 (손원평)

윤재는 불안, 기쁨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가 작게 태어나 마치 소시오패스처럼 본인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아이다. 어릴 적 묻지마 폭행으로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의식불명이 되는 그 순간에도 그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는 괴물 같은 아이로 불리며 지내지만, 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할 뿐 아주 순수한 아이다.

곤이는 어릴 적 부모님이 자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보육원 등을 전전하면서 문제아로 자랐다. 고등학생이 되어 친부모를 찾았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대학교수인 아버지와는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여전히 학교에서 말썽만 일으킨다. 타인의 고통을 참지 못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지만, 자기를 보는 외부의 시선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더욱 엇나가기만 한다.

이 둘이 같은 반에서 지내게 되면서 처음에는 갈등을 겪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 내면적으로 서로 반대편에 있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까,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씩 스스로에게 변화를 가져온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외국의 끔찍한 전쟁 소식을 TV를 보다가 자기를 보며 미소 짓는 사람을 보면서 윤재는 생각한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이 소설은 극단적인 두 개의 성격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소외된 두 사람을 통해서 평범하다는 우리가 과연 정말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것 같다.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