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당근영근 2024. 11. 24. 11:48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지난 펜데믹 시절에 가장 황당한 것 중 하나가 마스크 공급 부족이 아니였을까? 그리고, 몇년 후 우리나라는 요소수 부족으로 한바탕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나마 이 경우는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공급망이나 원료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현대 생활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고, 그것들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저자는 이 세계가 돌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물질로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6가지를 꼽았다. 

 

모래는 우리가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요소이면서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을 포함하고 있다.

소금은 인체에 필수적인 나트륨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여러 화학공장과 화약을 만드는데 필요하다.

철은 누구나 알다시피 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물건을 만들거나 고층 건물에 들어가는 철근콘크리트의 필수품이다.

구리가 없다면 현재 누리는 전기로 이루어진 현대 문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 했을 것이며, 석유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는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 주요 교통수단과 에너지 생성의 연료가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된다.

마지막으로 리튬은 새로운 에너지 혁명, 화석연료에서 전기에너지로 넘어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배터리의 핵심물질이다.

 

현재 우리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같은 기술업체에 열광하고, 그 업체들이 우리의 현대 문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앞서 말한 주요 핵심 물질에 대한 공급망이 무너진다면 어떤 것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 공급망이 생각 외로 취약하다고 얘기한다.

한 예로 고밀도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포토마스크 장비를 제작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업체가 얼마 전 한국 뉴스에 여러 번 언급되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만드는 장비 중 브래그 반사경이라는 핵심 장비가 있는데, 이것은 독일의 자이스(안경 렌즈로 유명하죠?)에서 만든다. 그 뿐만 아니라 수십, 수백개의 업체들이 하나의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과 부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순도높은 석영암은 미국의 한 지역에서만 생산된다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대체가능한 업체도 많겠지만, 앞서 말한 ASML이나 몇몇 업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세계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현대 문명에 필수적인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 모래, 광석을 채굴하고 정제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채굴하는 곳의 환경 오염이 심가할 거라는 것은 그리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물질이 필요한 시기에 많은 기술발달에 힘입어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비용을 줄여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구의 물질을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의 에너지 소비가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또다시 에너지가 필요하고, 물질을 소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등을 이용한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리튬(배터리)와 구리(전선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물질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소위 산업이 발전하면서 1차 -> 2차 -> 3차 산업으로 발전한다고 예전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1차 산업의 기반이 없다면 얼마나 현대가 취약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알 수 있다.

 

어제 어떤 TV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중동에서 종교 문제가 심각한데, 종교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경제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얽혀서 같이 돌아가면 종교 문제는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예로 현재의 유럽연합이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20세기 초반의 그런 군사적 긴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미중의 갈등을 정점으로 세계 경제의 블럭화 등이 앞으로의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심가해질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550페이지가 넘은 조금 많은 분량이지만 관심있는 물질별로 하나씩 읽어본다면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202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