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로빈슨)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과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빈국은 왜 이런 차이가 난 것일까? 어떤 학자들은 그 이유를 지리적요인(총균쇠)이나 문화적 차이(프로테스탄의 직업 윤리)나 혹시 빈국 지도자들의 무지로 설명한다.
하지만 같은 문화와 같은 땅에 있던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한 나라의 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고 주장한다. 포용적인 경제제도를 가져야 기술혁신을 받아들이고 생산성을 높일 인센티브가 작용한다. 그런 경제제도는 다양한 계층에게 소득을 분배하고, 그 세력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다원주의를 내포한 포용적인 정치제도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왕권이나 독재자가 있는 착취적 제도에서는 어느 정도 성장은 가능하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독재자는 경제 발전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세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술 도입을 막는다.
서로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의 노갈레스와 멕시코의 노갈레스는 3배이상의 소득 차이를 보인다. 유럽의 식민지로 시작한 미국, 호주 등과 남미 여러나라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에스파냐가 점령한 남미는 자원이 풍부하고 노동력을 착취할 많은 원주민이 있었다. 원주민의 강제노역을 통한 자원 강탈의 목적으로 식민지를 운영한 반면, 북미나 호주는 자원도 없고 원주민도 많이 없었다. 따라서 이주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스스로 노동을 통해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였다. 그런 이유로 남미는 착취적 제도가 식민지 시대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북미는 미국 헌법제정, 남북전쟁 등으로 통해 포용적 제도가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노예무역 등으로 기존 통치자들이 더욱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쟁기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착취적 경제제도를 계속 유지하려 하였다. 포용적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져 사회 안정과 사유재산 보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은 부족들로 나누어져 끊임없는 내전을 이어가는 소말리아 같은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과 17989년 프랑스 혁명은 서유럽의 포용적 제도가 자리 잡게되는 전환점이 된 사건이다. 그 이전에 흑사병은 많은 농민들이 죽어서 노동력이 부족해짐으로써 서유럽의 봉건제도가 무너지게 하는 계기가 된 반면, 동유럽의 경우 반대로 귀족들이 사유지를 확대하면서 착취적 제도가 더욱 강화되었다. 그런 역사의 전환점으로 벌어지면서 알다시피 동유럽이나 러시아는 서유럽에 비해 국가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나라 발전은 필연이 아니라 역사의 전환점에서 어떤 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또한 그 방향이 역사의 우발성에 의해서 선순환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민주주의를 도입한다고 해서 포용적 정치제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력이 권력을 나눠가질 수 있는 다원주의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악순환에 빠지는 순간 더욱 빠져나오기 힘들다.
한 나라의 발전이 한두가지 원인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어떤 정치, 경제 제도를 가지느냐 하는 것이 큰 방향을 좌우할 지라도 그 제도를 얻어 내는 것은 역사의 우발성을 고려하더라도 그 국민들의 열망의 합계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큰 갈림길에 있는 요즘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또 하나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