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당근영근 2025. 6. 29. 08:44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물리학자라면 김상욱 교수 다음으로 로벨리일 것 같다. 몇 년전에 읽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책에서 물리학 내용이 아주 새로왔을 뿐만 아니라, 교수의 인생에 대한 태도에 대해 무척 감명을 받았다.

비교적 신작인 이 책은 저자가 여러 신문이나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이론 물리학자이지만 주제는 양자 역학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와 철학 등을 다룬다. 중국의 ‘장자’의 이야기로 시작과 마무리를 하고, 하이데거의 철학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사회적 비판도 거침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도 러시아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 서방의 무력에 의한 일반인들의 피해와 정치권력의 유지를 위한 위선을 비판한다. 서방 세계가 비판하는 러시아, 중국, 인도, 여러 이슬람 국가에 비해 미국의 제국주의의 잘못이나 피해가 결코 그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지원금 문제나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 문제도 이야기 한다. 예전 이탈리아에 비해, 요즘 다른 유럽의 나라에 비해 상속세 등이 많이 낮아진 것은 기득권들이 세금제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청년 지원금의 경우 젊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고, 혹시나 모든 이가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소비에만 사용하더라도 부유한 일부에게 돈이 몰려 있는 것보다는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하면서 부의 집중화도 설명한다. 미국의 평균값(1인단 GDP)는 이탈리아의 1.5배이지만, 중간값은 그 반대로 이탈리아가 1.5배이다.(2019년 기준) 이 말은 보통의 국민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산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살았던 저자의 실제 느낌도 바탕이 된다. 이처럼 점점 심해지는 부의 집중화를 막고 사회적 재균형을 위해서는 정부, 좌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거대한 부와 정치적 사기의 동맹으로 트럼프, 과거 무솔리니 등의 권위주의 정관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여러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이야기 한다. 저자 스스로 책에서도 얘기했 듯이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고, 너 자신만 생각하라”라는 말을 들지만, 이에 “타인에게 좌우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살지 말고, 자신을 믿고, 서로 맞서지 말고, 함께 더불어 살자”라고 답변한다. 책 제목대로 무엇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