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박경리)

당근영근 2023. 11. 7. 11:14

박경리의 토지

 

토지를 읽게 된 계기는 유시민 작가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연이였다. 우리말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박경리의 토지 1, 2부를 추천했던 것이다. 강연을 보고 책을 샀지만 20권(약 8,700Page)이라는 엄청난 양에 질러 쉽게 책을 펼치지 못하다가 겨우 완독을 했다

 

소설은 평사리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동학혁명 직후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약 50년간을 배경으로 한다. 처음 등장하는 많은 인물 뿐만 아니라 그 자식과 손자,손녀까지 다양한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끝을 알 수 없는 참담한 현실에서 조국과 신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인물 뿐만 아니라, 내적인 고민은 많지만 역사 흐름에 따라 그냥 흘러가는 사람, 자신만을 위해 지독스럽게 남을 희생시키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배신하는 여러 모습들. 이야기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듯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인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적 배경이 일제 점령기인 만큼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조정래의 '아리랑'과 비교가 되었다. 아리랑이 전라도 김제와 군산을 배경으로 한다면 토지는 그 유명한 경상도 하동(평사리)와 진주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쓰여서 사투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읽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투리를 많이 안 쓰는 세대가 많아 지면 나중에 토지 표준어본, 아리랑 표준어본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리랑이 평민들을 중심으로 마치 역사책을 보는 듯 역사적 배경과 사건들을 설명하면서 그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이어갔다면, 토지는 역사적 사건보다는 복잡하게 얽힌 각 인물의 다양한 이야기가 좀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또한 최참판댁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양반과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3, 4부에서 지식인들의 사상적 논쟁이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고 조금은 지루했다. 그래서 유시만 작가가 그 강의에서 1,2부만 읽어도 된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쓸신잡 시즌3에 보면 진주편에서 토지 이야기가 나온다. 박경리 작가의 모교인 진주여고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설 속의 ES여고 이야기가 작가의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한 것 같다. ‘토지’하면 하동의 평사리만 생각하는데, 진주와 통영도 꼭 들려봐야할 장소이다. 하동에 최참판댁이 있다면 통영에는 박경리 문학관이 있다.(최참판댁 옆에도 박경리 문학관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는 통영에 있는 것이 더 크다.)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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