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당근영근 2023. 9. 19. 11:19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전에 따라 인간의 노동 시간은 주 70시간에서 현재는 37시간(선진국 일부 기준)으로 떨어졌다. 많이 줄긴 했지만, 주 15시간까지 떨어질 거라는 일부 예측과는 달리 더 이상 노동 시간은 줄지 않고 있다.
저자는 그 원인이 현대에 만연하고 있는 가짜 노동 때문이라고 한다. ‘무대 앞 노동’을 진짜 노동(예를 들어 공장의 생산라인 근무자 등)과 ‘무대 뒤 노동’(관리자, 행정직, 인사, 홍보)을 가짜 노동으로 구분했다.
‘무대 뒤 노동’은 산업화 이후 무역거래를 기록하는 서기가 등장하면서 소위 사무직이 나타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무직이나 관리직(무대 뒤 노동)은 실제로 얼마큼 일했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렵다.
기술이 발전한 현대이지만, 아직 업무 성과는 산업화 시대의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계속 만들어 내면서 가짜 노동이 생긴다.(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리고, 사무직/관리직은 더욱 영향력이 큰 위치에 있으므로 더 많은 가짜 노동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IT관련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고객사의 시스템 도입 기대 효과 중 인력 효율화가 단골 메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IT시스템 도입 초기처럼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관점으로 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기초적인 자동화는 이루어져 있다보니 더욱 많은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는 생겨나게 마련이이서 인력 절감보다는 오히려 인원을 늘려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업무를 효율화 하고자 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역설이 생긴다. 이게 가짜 노동하고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비슷한 면도 있어 보인다.
이 책에서는 스스로 그런 가짜 노동을 그만 두고 가능하면 빨리 퇴근해서 본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활동을 하라고 한다.그런 가짜 노동이 계속되면 결국 스스로의 자존감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활동이 사회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도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하라고 촉구한다.
우리 나라처럼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길고, 아직 많은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조금 이런 주장이 낯설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저자는 덴마크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인지는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3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