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당근영근 2023. 12. 20. 10:00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2010년 우리나라를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교수는 얼핏 공정해 보이는 능력주의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다.
능력주의는 우선 그 자체로써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과 분노를 야기한다. 또한 사회적 이동성(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지 불평등 자체는 정당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주도적 세계화는 지금까지 불평등을 심화하고 패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떨어뜨렸을 뿐이지 제대로 된 사회적 이동 기회를 준 적도 없다고 말한다. 또한 아무리 공정한 환경을 가정한다고 해도 타고난 재능이나 그 재능을 인정해 주는 사회에서 태어난 것은 결국 우연과 행운이라는 요소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즉 노력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라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을 무시하는것이 아니라 노력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예전 귀족의 출신 신분이나 재산 대물림이 아니라 능력을 증명하는 학력주의로 이어진다. 미국도 몇 년 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유명 대학교 입시 비리가 있었고, 기여 입학제와 같이 능력과 무관한 학력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승자는 많은 부분 행운에 의한 성공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노력으로만 성공하였고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그 성공에 실패한 사람은 스스로 굴욕과 패자로서 분노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 졌으며,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미국 민주당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이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예전에는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전제로 개인 계발을 위한 내용이 많았으나, 최근에 보면 성공은 결코 개인 단독적인 노력 또는 몇 가지 요소로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1만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실제 얘기하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은 1만시간 연습을 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요지이다. '멀티팩터(김영준 저)'라는 책에서도 성공 요소에는 그런 행운이 많이 필요한고, 일반적인 성공요소를 설명하는 책들은 성공한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성공의 원인과 결과가 혼동된 것도 많다고 얘기한다.
1997년 IMF, 2007년 세계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특히 이 시절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현실이다. 며칠 전 지인분의 아들이 유명 Y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는데, 올 졸업반 취업율이 30%정도 밖에 안 된다고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확한 수치에 대한 사실 확인까지는 못 했으나, 심각한 상황인 것은 틀리지 않으리라.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누구보다도 노력했어도 소위 시절을 잘못 타고 태어나 불이익을 받는 세대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내용이 그들에게 과연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결국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평등 자체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야만이 전체적으로 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