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충돌 (홍호펑)

당근영근 2023. 12. 28. 09:43
제국의 충돌 (홍호펑)
미중간 갈등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변화가 없다. 이런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미소 냉전 시대에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였다. 그럼 현재의 미중 갈등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차이 때문일까? 저자는 기저에 깔린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1990년부터 개방정책을 실시한 중국과 경쟁상대가 없어진 최대강국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때 ‘차메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관계였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최혜국대우를 중국 인권문제와 연계하려고 했을 때, 중국은 미국 기업들을 앞세워 로비를 벌였고, 결국에는 클린턴은 공약을 뒤집었다. 그럼 그 때 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대신해서 로비를 했을까? 그것은 중국이 해당 기업에 중국 진출이나 대량의 항공기 구매 등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외교 엘리트는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었고, 경제 엘리트(기업/금융인 및 관련 관료 등)는 사업 기회로 보고 있었는데, 결국 경제 엘리트가 이겼다.
그 이후 미국 기업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중국 생산기지와 시장진출을,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가지게 되는 서로 윈윈하는 체계가 되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경기침체에 따른 생산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제3국 등 다른 나라로 진출한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배경으로 축적된 자본을 투자하고, 원자재 등을 들여오거나, '일대일로' 계획으로 중국 기업이 해당나라의 큰 사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중국 정부의 제제와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도용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쟁관계가 되면서 경제 엘리트들도 이제는 중국을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저자는 미중을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에 비유하고 있다. 기존 강대국(영국)과 새로운 강대국(독일)은 처음에는 통합적 관계였으나, 결국은 1차 세계대전에서 맞붙게 되는 갈등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강대국인 미중 두 나라는 제국과 유사하다. 직접적인 식민지는 없지만, 공간을 넘어 정치적, 군사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제국들이 산업혁명으로 인한 과잉 생산된 제품을 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식민지를 넓혀갔듯이, 새로운 제국들은 자본 축적과 생산 과잉에 따라 자본을 기반으로 전세계에 자기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 나라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그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주요 기업의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로버트 라이스 저)를 보면 대공황이나 대불황은 경제 발전에 따른 부가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중산층 등이 빚으로 유지하다가 결국에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중 두 강대국의 대립도 자국 경제가 중요 원인인데, 만약 자국 국민에게 부가 어느 정도 고르게 분배가 되어서 자체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어느 정도 균형있게 성장한다면 현재와 같은 갈등은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큰 이유 중 하나는 대중 수출 부진이라고 한다. 이데올로기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 논리가 모든 것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큰 흐름을 이해하고 나갈 길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