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2022년)

당근영근 2024. 1. 29. 07:16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 염정아 주연)

1.
영화 첫장면의 노래가 이문세의 ’조조할인‘이다. 두 남녀 주인공의 첫 데이트인데, 노래 가사처럼 조조할인을 보려 오는 건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연인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도 대부분 영화를 조조할인으로 본다.  실상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 인데, 좀더 아침 일찍 영화를 봐야 다른 것도 더 많이 하도록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하자.

이 첫 장면 극장에 걸린 영화가 ’사랑과 영혼‘이다. 이 영화는 1990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당시 이 영화를 여러 번 봤다. 극장에서도 봤지만, 당시 음료를 하나 시켜놓고 있으면, 빔 프로젝트로 불법으로 개봉 영화를 보여 주는 곳(보통 ’스크린‘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했던 것 같다)에서도 봤던 것 같다.

2.
두 주인공이 신혼여행을 간 곳이 부산 해운대다. 나도 신혼여행을 부산으로 갔었다. 영화에서는 IMF에 어떻게 외국을 나가느냐 국내로 가야지 하는 대사가 있는데, 실은 두 주인공의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해운대에 조선비치 호텔을 배경으로 해변을 걷다가 결국 들어가는 곳은 ’해운대 호델‘이라는 작은 모텔로 들어간다.

나도 대학생 때 결혼한 터라 해외로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내고, 부산으로 갔었다. 그래도 난 조선 비치 호텔에서 묶었었다. 내가 이 영화 주인공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았나보다. ㅎㅎㅎ

3.
염정아 배우를 보면 난 항상 1990년에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생각난다. 주인공 홍학표가 최진실과 사귀다가 최진실이 죽게 되는데, 그 뒤에 염정아가 홍학표와 약간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염정아가 홍학표를 좋아했던 것 같고, 난 둘이 잘 되기를 굉장히 바랬던 것 같다. 그 때 염정아를 응원(?)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서 염정아 배우를 보면 작품에 관계없이 보고 싶어지는 배우다.

4.
영화 마지막에 옛 친구, 주변인물, 가족들을 모두 모아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와 관계없이 만약에 내가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지 잔치를 한다면 뭘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음식먹고, 술마시고 떠드는 것 밖에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외국 영화처럼 밴드를 불러놓고 춤이라도 춰야 하나?  다양하게 놀거나 즐기는 그런 문화나 경험이 특히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나의 경우겠지만)

5.
염정아가 류승룡에게 편지 한번 안 써줬다는 불만을 한다. 나의 부인도 나에게 편지 한 번 안 썼다고 가끔 불만을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 글을 책처럼 만들어 보여줬더니, ’글을 못 써서 편지를 안 쓰나 했더니, 이렇게 이런 저런 얘기 많이 쓰면서 왜 자기한테는 편지 한 번도 안 썼냐?‘며 투정을 부린다. 미안 여보~~ 좀더 마음의 준비가 되면 쓸께.

이 영화는 가족, 암 말기 시한부, 첫 사랑, 친숙한 노래 등 온갖 치트키를 고루고루 다 투입한 영화이다.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싫어할 수가 없다. 특히 40대 후반, 50대 초반인 내 또래 사람이라면 나처럼 공감할 포인트들이 매우 많으리라. 개봉 당시 미처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쉽다.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