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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슨)

by 당근영근 2024. 4. 1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슨)

TV에 소개되어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여러 신경병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책의 제목이 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시각적인 장애로 인하여 사물은 구분할 수 있어도 사람 얼굴을 전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P의 이야기이다. 영화 메멘토와 같이 아주 오래 전 기억은 가지고 있지만, 바로 직전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 음악이나 그림에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자폐증 환자 등 모두 25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문에서 그가 언급한 바와 같이 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우리 인생과 자아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좋은 봄날이 왔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서문 일부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발췌한다.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오늘날의 임상 보고에는 주체가 ‘삼염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구 안에 넌지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식의 병력은 인간이 아니라 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20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