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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융합 (김경집) 생각의 융합 (김경집) 이 책의 부제는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이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으러 에스파냐를 출발한 게 1492년이고,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임진왜란이 1592년이니깐 100년의 시간 차이가 나는 두 인물이 어떻게 연관이 될까?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총이 있다. 이 조총은 1542년 폭풍우로 일본에 피신했던 중국배에 타고 있던 포르투갈 사람에 의해 일본으로 전해지게 된다. 중국배에 포르투갈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은 유럽과 당시 세계 최강국이였던 중국(명 나라)간에 비단, 도자기, 차 등의 무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은 중국 제품을 수입은 하는데, 수출을 할 만한 물품이 없었다. 그만큼 중국의 기술이나 문화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던 .. 2024. 9. 22.
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제주에서 발생한 방성칠의 난(1898년)과 이재수의 난(1901년)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지나친 과세에 대한 거부 운동이었던 방성칠 난에 비해 이재수의 난은 조금 더 상황이 복잡하다. 중앙 정부에서 파견된 세금 징수관은 당시 프랑스인 신부을 중심으로 제주도 천주교 교인에서 마름 역할을 맡기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 천주교인의 횡포가 같이 겹치면서 세폐과 교페에 대한 반대, 세금 거부와 동시에 반 천주교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렇게 천주교인의 횡포가 가능했던 것은 프랑스 신부는 고종으로 부터 나를 대하듯 하라는 '여아대' 패를 가지고 다니며 어떤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지방 군수도 그에 대해 제지할 수 없었던 사실상 치외법권적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 2024. 9. 7.
돈 (에밀졸라) 돈 (에밀졸라) 에밀 졸라는 1894년 드뤼프스 사건 시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로써 유명한 작가이다.그의 대표작은 '루공마카르 총서'로 프랑스 제2제정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루공과 마카르 집안의 이야기를 20권으로 낸 작품이다.20권 중 문학동네에서 나온 다섯 작품을 작년 가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목로주점', '인간짐승', '나나', '제르미날',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돈'을 읽었다.각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혈연 관계로 이어져 있으나, 그 관계에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목로주점'은 빈민에서 자기 세탁소를 차릴 정도로 나름 자수성가한 여자가 술에 의해 몰락하고, '인간짐승'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인간이 내재한 폭력성을, '나나'는 프랑스의 극장을.. 2024. 8. 22.
제주도우다 (현기영) 제주도우다 (현기영) 이 소설은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제주4.3민중항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그 부인의 할아버지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제주 조천리에 사는 안창세(이야기 주인공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배 해난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해변가 마을인 조천리와 달리 중간산에 있는 외홀리에는 말을 키우는 외삼촌이 있다. 안창세는 나름 공부를 잘 하고 문학도를 꿈구는 학생이고, 누나는 해녀 물질도 하면서 외삼촌에게 말다루는 법을 배우는 당찬 여자이다. 안창세가 소학교 다니던 중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한다. 해방 직후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찼던 제주 사람들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미군정의 지배와 남북 분할 시도, 친일파들의 재기용에 설상가상으로 흉년까지 들어 일제시대 못.. 2024. 8. 21.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펄롱은 석탁과 목재를 파는 가게 주인이자 부인과 다섯 딸을 둔 가장이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펄롱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성실하게 살아와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석탄광에 갖혀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엉망진찬인 옷차림의 소녀는 펄롱에게 강까지 데려다 달라고, 아니면 여기 대문 밖까지만 나가게 도와달라고 한다. 수녀원에서 소녀나 여자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며 세탁소를 운영하다는 것을 알려져 있었지만, 수녀원은 이 지역에 힘있는 단체였기에 펄롱은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하고 수녀원을 나온다. 수녀원을 나와 잠시 길을 잃은 펄롱은 어느 노인에게.. 2024. 8. 13.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카렐 차페크)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카렐 차페크) '로봇'이란 단어가 체코의 어느 희극에서 나왔다고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 작품은 바로 1920년에 나온 카렐 차페크의 희극 작품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이다. 어느 섬에 젊고 예쁜 한 여인 헬레나가 찾아온다. 그 섬에는 로숨이라는 아버지, 아들 과학자가 개발한 로봇을 만들어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공장이 있다. 큰 공장에 인간이라고는 관리자 몇 명 뿐이다. 헬레나는 로봇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멈추기 위해서 로봇이 저항운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로봇 회사 사장과 결혼하여 함께 섬에서 지낸다. 그 이후로 10여년이 지나 바깥 세상으로부터 이상한 소식이 들려온다. 로봇의 엄청난 생산성 때문에 인간은 손하나 까.. 2024. 8. 11.
이중섭의 사랑, 가족 (최석태, 최혜경) 몇 년전 친구들과 제주여행을 갔다가 예정에 없던 이중섭 기념관을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이중섭 가족이 1년 정도 머물렸던 집도 있었다. 그 때 한 친구가 한평 남짓한 이 작은 방에 네 식구가 함께 지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아는 이중섭은 교과서에서 본 황소 그림 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눈에 보인 이 책을 손에 잡았다. 이 책은 이중섭이 일본에 있던 가족을 그리며 보낸 엽서, 편지와 가족을 주제로 그린 은지화(담배값 은박지에 그린 그림)와 유화 등을 소개 한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중섭의 부인과 가족에 대한 애정은 작품이나 편지에 절절히 나타나 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진심으로 모든 걸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소. (중.. 2024. 8. 10.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유명한 장편소설은 대부분 읽어본 것 같다. 물론 나도 첫 시작은 '상실의 시대'였다. 이 책 제목 '아무튼, 하루키'를 보는 순간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루키나 그의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는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몇 번씩 읽었고, 언젠가는 하루키의 작품을 번역하고자 하는 생각에 대학을 일문과로 진학했고, 지금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 같은 일반독자와는 달리 정말 찐팬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두 하루키에 관한 것은 아니다. 하루키의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중심이지만 대부분 저자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책 내용 중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해 실.. 2024. 8. 7.
황금종이 (조정래) 황금종이 (조정래) 황금종이. 돈은 황금보다 더 좋다.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후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고, 이제는 종이도 필요없이 전자 비트 정보로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운동권 출신으로 검사 생활을 하다가 재벌상속 수사를 진언하다 옷을 벗게 된 이태하 변호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돈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자식에게 자기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물러줬는데 부양 의무를 하지 않는 경우나, 상속 재산을 무분별하게 날려먹는거나, 자식간의 상속 싸움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너무 많이 들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갑자기 가게세를 4배나 올려달라는 건물주에는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가하는 식당주인이야기나 어려운 상황에서 얼.. 2024.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