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스티븐 레비츠기, 대니얼 지블랫)
민주주의는 소수의 권리도 보장이 되어야 하지만 다수결주의, 즉 다수의 뜻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수결주의를 위해서 선거를 통해서 다수를 선택하고, 다수는 정책을 정한다.
다수에 의한 통치는 국민의 선택에 따라 다음 번에는 다른 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이 이처럼 지는 법을 배울 때,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릴 수 있고, 민주주가 뿌리를 내릴때, 정권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 된다. 이처럼 평화적 권력이양을 위해서는 다시 승리할 기회가 있다는 믿음과 상호 중요 원칙은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소개한 ‘민주주의 공부’라는 책에서는 이것을 선거의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자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구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자는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폭력을 거부하며, 반민주주의 세력과는 절연을 한다. 반면, 반민주주의 세력, 즉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폭력이나 반민주적 극단주의에 눈을 감는다. 그럼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집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반민주세력들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는 ‘헌법적 강경 태도’ 법을 지키는 듯 하지만 그 정신을 훼손하면서 법을 정치적 무기로 삼는 것이다.
첫째, 허점 이용하기이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 예로 미국이 대법관을 상원이 동의를 하지 않고, 다음 정권이 될 때까지 미루는 방법을 쓴 경우가 있다. (법에는 언제까지 하라는 규정이 없다)
둘째, 과도하거나 부당한 법의 사용이다. 무분별한 대통령의 거부권, 탄핵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셋째, 선택적 집행이다. 같은 법이라도 상대방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넷째, 법률전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적을 겨냥한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법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완벽한 제도가 없지만,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에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주의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소수에 의해 다수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여기서 소수는 힘없는 약자를 뜻하는 소수가 아니라 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정당, 권력자 등을 말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방식으로 더 적은 표를 획득한 사람이 뽑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상원의 경우, 주의 인구수와 관계없이 동일한 수의 상원의원을 가짐으로써 농촌이 많고, 인구가 적은 주를 대표하는 상원과 대도시의 인구가 많은 상원이 같은 권한을 가짐으로써 소수의 권력이 더 강해지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또한,필리버스트를 통해 소수가 다수가 결정한 법률을 무효화 시킨다.
이런 미국의 상원제도, 선거인단 등은 미국 제헌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지, 아주 다양하고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다. 또한 민주주의가 태동할 시절에는 전 세계가 군주제도였고, 다수의 의한 독재를 우려했기에 다수의 권력을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지형이나 다민족 등의다양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것을 ‘소수에 의한 압정’(책의 원제목이 Tyranny of the Minority 이다)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다수결주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다보니 정당은 전체 국민의 득표보다는 자기에게 유리한 지역 유권자와 극단적인 지지층에게만 집중한다.
저자들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을 보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독재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기존 정당의 도움을 받아 권력을 장악하고, 각종 규제기관이나 경제정책을 통한 압박이나 게리맨더링을 통해 권력을 지속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후 민주주가 어느 정도 회복하는가 했지만,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폭동을 보고난 후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의 재집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계엄선언에 의한 탄핵이나 법원 폭등을 보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나타났던 많은 문제적 형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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