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최근에 여러 번 소개한 적 있는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자전적인 책이다. 여러 과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본인의 학문적 여정도 함께 소개한다.
사회를 바꾸기를 꿈꾸었으나 한계을 느낀 저자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과학, 그중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현대 물리학에 빠져든다. 그로부터 ‘루프양자중력이론’이라는 현재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현대 물리학의 이론과 가설들을 본인의 연구 이력과 함께 설명해 준다.
공간은 절대적인 상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기장처럼 중력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 또한 양자처럼 최소단위가 있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에서 미래로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흘려가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우주의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 또한 상대적인 물리적 변수로 측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분자는 열을 느낄 수 없지만 수많은 분자가 모여 운동에너지가 커지면 열을 느낄 수 있듯이, 미세한 규모에서는 시간을 느낄 수 없지만 일반적인 거시적 규모에서는 시간이 발생한다는 ‘열시간’이라는 개념도 설명한다. 아래’라는 개념이 ‘물체가 낙하하는 방향’일 뿐이듯이, 시간은 ‘열이 식는 방향” 즉, 엔트로피화하는 방향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이 내용은 저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어보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흥미진지하다)
고대 그리스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철학자가 하늘은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듯이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다윈, 패러데이, 맥스웰, 뉴턴, 아인슈타인 등이 인류에게 가져준 새로운 개념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얘기한다. 또한 과거의 관습과 사고를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사림의 직관과 다른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고대부터 시작하여 근대, 현대 과학을 통해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 과정 중에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과학적 태도이다.
호기심을 가진 인류는 10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나와 온 셰계를 본인의 주거지로 만들고, 여러 문명을 발달 시켰다. 이런 호기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 파라오에 대한 찬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내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 등을 통해 좀더 정답에 가까운 과정이다. 이런 태도는 곧 민주주의의 방식과 동일하다. 저자는 응용기술이 아닌 순수 과학을 지원하지 않은 세태와 서로 배척하거나 불신하고, 불명확한 가설과 어느 정도 검증된 이론을 구분하여 얘기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문제도 지적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도 중요하게 다룬다.
로벨리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어려운 학문적 내용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참여과 인생에 대한 고찰을 느낄 수있다. 이는 1956년생인 저자의 청년기, 스스로 얘기했 듯이 파시즘과 세대갈등이 심했던 이탈리아 현실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도 소위 586세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현재의 우리나라가 이끌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비슷한 시기를 지나오면서 지금은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우리는 보고 있다.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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