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한강)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던 한강 작가의 초기 작품이다.
'여수의 사랑'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고, 자식과 함께 바다에 빠져 죽으려 했던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와 동생은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 나는 원룸 전세값을 아껴려 지인과 동거를 하지만, 모두 주인공의 결벽증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다. 모르는 사람을 동거인을 구했는데, 그의 고향이 여수라고 한다. 어린 나이 부모,형제가 죽은 주인공의 고향이 여수였다. 절대 다시는 가지 않으라고 했던 고향 여수를 통일호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자기를 다시 돌아본다.
'어둠의 사육제'의 주인공은 가난한 집안에서 나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혼자 어렵게 돈을 모으고 있다. 우연히 고향 동네 언니를 만나 같이 전세금을 나누어 동거를 하지만, 그 언니는 전세금을 가지고 도망간다. 어쩔 수 없이 이모집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거주하면서 다시 돈을 모으는데, 그 아파트에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명환을 만나게 된다. 명환은 가해자가 사는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집에 가구도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이 단지 살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였던 남자는 명환의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 아파트에서 이사를 간다. 명환은 이제 자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주인공에게 자기 아파트를 주겠다고 제안을 하지만 주인공은 거절한다.
'야간열차'의 주인공은 어떤 목표도 없이 방황하면서 대학을 마치고, 그냥 그만그만한 직장을 구해 다닌다. 대학 시절부터 항상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친구 '영걸'은 항상 동해로 가는 야간열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막상 야간열차를 타지 않는다. 처음으로 '영걸'의 집에 갔던 영걸은 식물인간이 된 영걸의 쌍동이 동생의 존재와 아버지 없이 가장의 의무감을 지니며 살아왔던 영걸의 환경을 알게된다.
이처럼 6개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상황은 모두 사회 소외계층이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하다.
이 소설집은 1993년과 94년 사이에 쓴 중.단편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90년대 초반은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풍요로운 세대들이 성인이 되어 신세대, X세대 같은 무슨무슨 세대라는 단어들이 처음 등장하던 시대이다. 경제는 고성장하고 정치는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성취감도 높았던 시절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20대 중반이였던 작가는 암울한 환경을 가진 인간의 불안한 정신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했던 것 같다. '채식주의자'도 매우 불편한 느낌을 주는 어두웠던 소설이다.
한강 작가는 나보다 한 살 많은 70년생이다. 50중반이 된 내가 20대였던 작가가 쓴 소설을 보면서 나의 20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학 입학하고 읽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같은 작품에서나 읽어본 듯한 그런 암울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그 당시 작가는 직접 고민하고 표현했던 것이다. 최근 10년, 20년 내에 쓰여진 책들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 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인생은 다르기에 보는 보는 것과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을 알 수도 없지만, 한번씩 생각해 봐야할 것들은 많은 것 같다.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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