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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당근영근 2024. 6. 30.

퀸의 대각선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퀸의 대각선'이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뛰어난 개인이 역사를 바꾼다고 믿는 모니카는 각각 IRA(아일랜드)/KGB(소련)와 MI5(영국)/CIA(미국)에서 비밀작전을 기획하는 전략가로 활동한다. 니콜은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오토포비아이고, 이름은 '승리하는 민중'이라는 뜻이다. 모니카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이름엔 '혼자'(Mono)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각각 아일랜드 혈통과 스코틀랜드 혈통으로 모든 면에서 서로 극과 극인 대척점에 있다.

공통점은 어릴 적부터 체스에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있고, 본인의 능력으로 세계를 체스판처럼 전략적으로 움직여 역사에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체스 대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본능적으로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면서 많은 세계적 사건에 관여 하면서 장군멍군으로 대립한다.

1970년생 동갑으로 나오는 두 주인공이 현재를 넘어 활동하는데, 현대사의 굵직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갈등을 넘어 현실 세계 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모니카는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파이 소설을 30편 이상 꾸준히 발표하는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베르베르의 생각을 모니카를 통해 드러낸다. "모니카는 작가라는 직업이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임을 알게 됐다. 창작 리듬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에게 유행을 좇는 일은 무의미하며, 늘 독창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독자들과 깊은 교감에 기반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녀는 확신한다."
자전적 에세이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 보면 작가 초반에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했던 것에 비해 이제는 매년 한 작품을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는 작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제3인류'에서는 한계점에 다가가는 인류가 로봇, 여성화, 소인, 우주진출 등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 지를 두고 서로 경쟁한다면, 이 작품은 탁월한 개인과 집단지성이 서로 경쟁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예전 작품은 주인공들이 사후 세계나 전생, 뇌의 세계를 탐구하는 등 약간은 개별적인 행동이 중심이였다면, 최근 많은 작품들에서는 좀더 거시적인 어떤 지향점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벌써부터 내년에 발표될 또다른 작품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다리는 건 너무 급한 건가?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