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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나태주)

by 당근영근 2024. 6. 30.

가지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무나 유명한 '풀꽃'이란 시다. 풀꽃 시인이라 불리는 나태주 시인이 얼마 전 '유퀴즈온더블럭'이란 TV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았다. 그런데 며칠 전 서점에 들렸는데, 마침 이 시집이 눈에 띈다. 그냥 펼친 페이지의 '노'란 시 한 구절

" 아들이 입대한 뒤로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 있는 아들 방 문 앞에 무릎 끓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하느님 아버지, 어떻게 주신 아들입니까? 그 아들 비록 어둡고 험한 곳에 놓일지라도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도대체 아내는 하느님한테 미리 빚을 놓아 받을 돈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수금해주실 일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계속해서 채금져 달라고만 되풀이 되풀이 기도를 드린다.
(하략)"

이 시를 읽는 순간 TV에서 봤던 소탈하고 위트있게 말씀하시던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책을 집어들었다.

아직 시라는 장르가 쉽지 않아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이데, 이 시집은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싯구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애절함,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다시 TV 속에서 보이신 시인을 생각하니 내 얼굴엔 미소가 비친다.

(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