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by 당근영근 2024. 7. 21.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요즘 무슨 책 읽어?"
"전 세계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책을 읽고 있어"
"성경 다음으로 뭐라는 책들 너무 많던데...ㅎㅎㅎ"

어이없어 웃기는 했지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대표적인 기독교 교전 '천로역정',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등으로 광고하는 것이 많으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국 3대 평양냉면집, 뭐 이런 얘기랑 비슷하기도 하고...

뭐 어찌되었던 읽고 있던 그 책은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유명한 책 '크리스마스 캐롤'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두 도시는 영국과 파리를 말하며, 1979년 프랑스 혁명 전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프랑스 후작 출신인 샤를 에버몽드는 평민들을 핍박하는 게 싫어서 귀족 신분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다네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으로 간다. 그 과정에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지만, 같은 프랑스 출신인 마네뜨 박사와 그 주변인의 증언으로 무죄로 풀려난다. 이 인연으로 마네뜨 박사의 딸과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그러던 중 파리에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다네이는 자기 가문을 위해 일하던 관리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서 파리로 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귀족뿐만 아니라 공화정에 조금 이라도 반대하는 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프랑스 국왕부터 많은 이들이 단두대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시기였다. 귀족 출신인 다네이도 감옥에 갇혀 언제 사형을 당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다. 마네뜨 박사를 포함한 가족과 주변인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파리로 들어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네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이다. 의사인 마네뜨 박사는 프랑스 루이15세 때 이유로 모르고 바스티유 감옥에 10년 넘게 갇혀있다가 루이16세가 즉위하면서 풀려났다. 그런 마네뜨 박사를 돌봐주고 영국으로 가도록 도와준 사람은 어린 시절 박사의 하인이였다가 지금은 파리 빈민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드파르지이다. 하지만, 드파르지와 그의 부인은 프랑스 혁명의 주모자로 파리로 돌아온 다네이와 마네뜨 박사 가족에게 위험스러운 존재가 된다. 그 외 여러 인물들이 다양하고 운명적인 인연으로 서로 얽혀있는데, 소설 앞 부분에 나왔던 여러 인물과 그 관계들이 후반부에 들어와서 하나 하나 밝혀진다. 1800년대 쓰여진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치밀한 구성이다.

다네이의 부인이 아내이자 어머니인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남편을 도와 달라고 하자 드파르지 부인은 "우리가 이 아이만큼 어릴 때부터, 아니 훨씬 어릴 때부터 툭하면 만나던 부인네나 어머니들은 다른 사람에게 충분한 배려를 받은 적이 있었나? 우리가 알기에 그 사람들 남편이나 아버지도 툭하면 감옥에 끌려가지 않았던가? 우리는 우리 언니 같은 여인들이 자신은 물론 아이들까지 온갖 유형의 가난과 헐벗음과 굶주림과 목마름과 질병과 빈곤과 억압과 무시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평생 지켜보지 않았던가?" 라면서, "우리는 그런 걸 평생 겪으며 살았어. 잘 생각해 보라고! 한 남자의 부인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가 겪은 고통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대단하게 보일런지" 라고 되묻는다.

공포 정치를 다소 비판적으로 보는 면도 있지만, 이처럼 민중의 입장에서도 아주 강하게 이야기 한다. 프랑스 혁명의 당시 파리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말이 과히 과장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2024.07.2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 2024.07.22
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0) 2024.07.22
소설 손자병법 (정비석)  (0) 2024.07.12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0) 2024.07.10
아비투스 (도리스 메리틴)  (0)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