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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by 당근영근 2024. 7. 22.

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2001년 어느날 우주는 팽창하기를 멈추고 정확히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Earthquake는 지진이고, Timequake는 이처럼 시간의 지각변동 ‘시진’쯤으로 해석된다.

SF상에서 흔한 Time slip이지만, 여기에는 독특한 설정이 있다.
주인공 한 두명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시간이 되돌려진 것을 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로 돌아간 사실을 알아도 모든 것은 10년 전과 동일하게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소위 자유의지가 사라진다. 아무리 자기 의식이 있어도 자기가 기억하는 과거가 그대로 재현되니깐 말이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다시 10년이 흘러 타임퀘이크가 발생한 그 시점이 되자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행동해야할 순간이 온다. 하지만, 10년 동안 그저 반복된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사회는 큰 혼란을 맞이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조정하던 비행사는 다음 순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가만히 있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 세계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처럼 독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재미를 느끼긴 쉽진 않다. 가상의 인물들도 있지만, 실제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이 많은데, 90년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사건과 인물을 잘 모르면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보니것의 다른 작품들도 비슷하다. SF작가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실제 근현대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 그 사실 관계를 잘 모르면 작가가 의도한 풍자를 알 수 없다. 여러 책에서 보니것의 작품들이 언급되어 몇몇 작품을 읽어 봤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아직 먼 작가인 것 같다.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