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민진)
파친코로 유명한 이민진 작가의 첫 작품이다. 무려 2007년에 나온 작품인데, 최근 파친코가 알려지면서 같이 주목받는 작품이 되었다.
1993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 이민 1.5세대인 케이시와 친구 엘라가 주인공이다. 케이시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생 티나는 MIT를 입학할 정도로 나름 뛰어난 인재이다. 하지만 다른 졸업생들처럼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할 수 있는 투자회사 같은 곳에는 관심이 없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이 싫어하는 백인과 동거까지 하며 살고 있다. 백화점 사장의 후원 제안도 거절하면서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갈등한다.
케이시에 비해 순종하고 착하기만 하던 엘라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하는 과정 중에 자기가 진정 원하는 삶을 하나씩 찾아간다.
이 둘을 중심으로 한인 사회, 특히 한국인 교회를 기반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같이 보여준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 케이시가 근무하는 투자회사 영업부에서 새로운 계약을 따 내면 해당 부서에서 점심뷔페를 준비한다. 연봉이 어마어마한 직원들이 그런 공짜 음식에 더욱 욕심을 부리는데, 그게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다. 돈에 대한 욕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면과 제목 선정이 아닌가 한다.
소설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한국계 1.5세대들은 명문대를 나와서 거대 투자회사를 다니는 등 나름 잘 나가는 인물들이 많다. 작가가 미국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변에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파친코의 3세대 주인공인 솔로몬도 미국 투자회사에 다니다가 일본으로 가는 것으로 나온다.
미국 명문대를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1990년대 후반인가, 2000년대 초반인가 뉴스에서 역유학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 한국에서 유학을 가서 외국 유명 대학 학위를 따도 미국에서 주류사회로 진출하기가 힘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니 학연, 지연이 부족해 한국의 유명대학을 다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하면 안정적 직장 등을 구하는 것은 힘들어지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소설은 2권 합쳐서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묘사나 상황 설정, 이야기 전개가 부담없으면서도 잘 읽힌다.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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