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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by 당근영근 2023. 12. 10.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영장류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사회적 행동을 하고,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 책이 처음 나온 1980년대에는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동물원에서 침팬지의 활동을 기록, 관찰하면서 알게된 침팬지의 행동 연구 내용을 정리하였다.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사육장에는 23마리의 침팬지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그 중 우두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3마리의 수놈이 주요 이야기 대상이다. 동물의 서열은 힘의 세기와 싸움의 승리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 관계에 의한 요인이 크다는 것을 밝혀낸다. 
구성원들의 지지가 필요하고, 무리 내 다른 영향력이 있는 침팬지와의 연합도 중요하다. 1인자는 서열 2위와 3위의 연합을 계속적으로 경계하는가 하면, 서열3로 내려앉은 이전 우두머리는 새로운 1, 2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자기 영향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리고, 수컷의 서열 싸움에 암컷 무리의 지원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암컷들도 자기의 친분이나 힘의 균형 등의 상황에 따라 어느 수놈을 지원할 지 결정한다. 암컷들 사이에서는 수컷들처럼 힘에 의한 경쟁보다는 연륜있는 경험자가 우대 받는다. 새끼를 키우는 암컷들은 전체적인 안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활동이 때로는 격렬하지만, 한 무리가 문제없이 지낼 수 있도록 경쟁과 더불어 화해의 과정도 잘 지키며 지내고 있다. 사람과 달리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생각보다 복잡하면서도 조화를 잘 이루는 조직이다. 요즘같이 진보와 보수가 극단적으로 대립만 하고 있는 정치판을 보면 오히려 침팬지가 훨씬 더 정치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도 든다.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작 중 <제3의 침팬지>를 보면 인간이 영장류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발전을 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침팬지 폴리틱스>는 침팬지의 정치적, 사회적 행동 등을 연구하면서 오히려 인간의 정치적 행동의 근원이 어디일지 생각하게 한다. 둘다 인간과 영장류를 비교하게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침팬지의 행동을 따라 가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