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제목이 비슷하면서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책 디자인을 보고 젊은 세대 중심의 트렌디한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두 페이지 정도 읽으니 그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를 치루게 된다. 장례를 치루는 삼일 동안 친척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빨치산 출신 동지,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을 알게되고, 과거 자기 기억과 함께 아버지를 새로운 모습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은 ’빅 피쉬‘라는 영화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구맹랑한 소설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약간의 과장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은 이런 이야기가 아버지의 삶을 이끌어 온 힘이였다는 걸 알게되는 내용의 영화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그런 모험이 가득 찬 이야기 대신 우리의 아픈 근대사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해방일지라는 제목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된다는 뜻인 것 같다. ‘빨치산’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주는 중압감이 있다. 우리의 근대사에서 결코 행복한 결말이 있을 수 없는, Sad Ending을 강제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낯선 단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의 배경은 전라도 구례다. 난 군대 생활을 전투 경찰로 구례 경찰서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했었다. 군대라는 힘든 시기였지만, 20대 청춘에 있어서 소중한 추억이 남는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알고 지내던 홍 순경님, 뮤직 박스 형님, 뉴욕 제과 형님, 연곡 식당 사장님이 생각난다. 이제 환갑이나 칠순을 넘으셨을 터인데, 모두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 모르겠다. 이런 인연이 있어서인지 좀더 소설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밤새 한 번에 다 읽었다. 이 짧은 소설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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