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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by 당근영근 2024. 1. 12.

밖의 삶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다.

이 책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일기를 정리한 것이다. 140여 페이지로 양이 많지는 않다. 작가가 통근 기차나 쇼핑몰, 집 근처 등 주변에서 그날 본 것에 대한 짧은 묘사들이 대부분이다.

신변잡기 같은 내용이라 어려운 건 없지만, 읽는 내내 도대체 뭘 얘기하고자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의 해설에서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서야 겨우 작품의 의도를 살짝 알 수 있었다.

유사한 작품으로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일기를 정리한 ‘바깥일기’가 있다고 한다.(이 책은 못 읽어 봤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한 여자’도 평범한 사람의 일기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은 그 이전에 쓰여진 작품이다. 작가의 특징인 것 같다.

주변 묘사가 아닌 글이 얼마 없는데, 그 중 몇 개만 옮겨본다.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은 우리 안에 있지 않다. 그 감각은 밖에서부터, 자라나는 아이들, 떠나가는 이웃들, 늙어 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로부터 온다.”

“밖의 삶은 온갖 것을 요구하나, 대부분의 예술 작품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