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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by 당근영근 2024. 1. 2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 소설의 첫 구절이다. 와~~ 이 소설 만만찮겠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의사인 토마시와 부인 테레자. 토마시의 애인 사비나(화가)와 사비나의 또 다른 애인 프란츠(대학교수)을 중심으로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과 소련 침공 이후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소설 초반은 주인공들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혼 후 한 여자과 깊은 관계를 가지지 않는 토마시가 어떻게 단 한번 우연히 만난 웨이트리스였던 테레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부터,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각각의 입장에서 각자 본인 내부의 진짜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찾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 뒤편으로 갈수록 무거운 현실이 주인공들에게 닥친다. 바로 소련의 침공 이후 강화된 공산주의 지배로 인한 지식인 박해이다. 유망한 의사였던 토마시는 나중에 유리창 닦이로, 마지막에는 어느 시골 마을에 별일없이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프라하의 봄 시절에 신문에 기고한 한 글 때문에 계속적으로 감시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전향하는 서명하기를 강요하는 정부와 지식인 박해를 그만두라고 성명서에 서명해 달라는 아들 사이에도 고민을 한다.
일제침략과 6.25와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왠지 모를 동질감과 그 당시의 암울한 고민이 더욱 진하게 느껴질 것 같다.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가끔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이야기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앞뒤로 오가는 약간 독특한 구조이다.
개인 존재의 가벼움 뿐만 아니라 시대의 무거움이 공존하는 이야기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소설이다.

연휴 전후에 조금 산만한 상태에서 읽었는데,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