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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김성동)

by 당근영근 2024. 2. 10.

국수 (김성동)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으로 소개되고, 그 후 한 야당인사가 한가하게 바둑소설이나 읽는다고 해서 언론에도 여러 번 회자되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바 대로 이 소설은 바둑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바둑을 두는 주인공 석규의 이야기는 얼마 나오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석규의 마을을 배경으로 동학농민운동 직전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석규와 노비에서 애기장수에서 화적이 된 만동이를 중심으로 동학혁명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설은 동학혁명 전에 만동이가 화적으로서 뇌물을 바치는 충청감사의 진상품을 빼앗는 이야기에서  끝이 난다. 아마도 이야기 전개 상 최소 5권은 더 나와야 기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지 아닐까 한다. 27년만에 이 5권을 완간했다고 하니 다음 책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 민중의 근대사를 다루고 있는 면에서 조정래와 박경리의 소설을 연상시킨다. '아리랑'이 전라도, '토지'가 경상도를, '국수'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다.

 

사실 책을 읽기는 무척 힘이 들었다. 사투리 때문이다. 작가는 표준어가 아니라 당시에 실제로 쓰이던 언어를 살렸다는 데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그냥 소설을 읽는 한 사람으로서는 책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우리 말이라고는 하지만 쓰이는 단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태반이고, 사투리 발음으로 표준어와 다르게 표기되어 더욱 읽기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말이 너무나 바뀌어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불과 100년 전 사람들과도 언어소통이 아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초창기 근대소설은 번역서가 나와야 할 듯 하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옆으로 빗나갔는데, 이런 상황이라 소설적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은 책이다. 고유 언어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쉽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당시 상황을 현대에 맞게 표현해서 우리 세대가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