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AI는 인류를 어떤 세상으로 만들까? AI때문에 없어질 직업이 무엇인지, 챗GPT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될 건인지 등등 최근 기술의 최정점에는 AI가 있는 것 같다. 그 덕분에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주요 기술 발전이 인류 진보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그 진보 방향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과거 불의 사용부터 근현대 풍차,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저자는 생산성 증가가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 수준을 끌어 올리는 ‘생산성 밴드왜건’라는 개념으로 과연 기술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많은 기술들이 자동화에 집중되고, 그 자동화가 임금상승보다는 부의 불평등을 가져오거나, 대부분 노동자 삶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자동화가 이루어진 산업혁명 시기 공장 노동자는 저임금에 굉장히 좋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일을 했다.) 자동화만으로는 한계생산력이 증가하지 않고,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고용주가 독점 지위에 있거나 노동자에 대해 억압적인 관계에 있을 경우에는 임금상승이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아주 크게 발전해야 앞서 얘기한 ‘생산성 밴드왜건’이 이루어는데, 실제로 많은 기술이 그저 그런 자동화만 이루었을 뿐 큰 생산성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최고의 관심과 투자를 받고 있는 AI 또한 지금까지는 아주 큰 생산성을 이루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고학력 인력은 높은 임금상승이 이루어졌지만, 많은 노동자를 대처하기는 했을 뿐 '생산성 밴드왜건'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기술 발전이 반드시 자동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는가? 저자는 필연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기술이 자동화와 감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 창출과 노동자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테크놀리지 비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대부분 자본가나 권력자(정치, 사회, 기술적)의 입장이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선택을 바꾸기 위해서는 (1)내러티브와 규범의 변화, (2)길항 세력(노조, 시민운동 등)의 복구, (3) 정치적 해법 찾기 등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때로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정도로), AI를 통한 자동화가 전반적인 산업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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