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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선 나무 (조정래)

by 당근영근 2024. 5. 11.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조정래)

조 작가님은 단호하다.
작가로서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쓸 것인가'에 고심하고, 소위 말하는 참여문학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소명임을 명확하게 얘기한다. 어설픈 타협은 없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같은 엄청한 대하소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조정래 작가의 산문집이다.
1980년대 태백산맥을 집필 중일 때 국가보안법으로 고생했던 이야기부터 1990년대 남북간의 일시적인 해빙기 시대에 씌여진 신문 기고문까지...
지금 보기엔 굉장히 오래 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시 분위기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작가의 굳건함이 느껴진다.

많은 이야기 중 몇 가지 작은 대목이지만 와 닿은 내용이 있다.

글이 안 써지면 그럴수록 벽에 붙어 결국 목표했던 글을 쓰고서야 책상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나는 학창시절이나 지금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핑게로 딴 짓을 한다. 이 글을 읽고 정말 그건 나의 변명일 뿐이였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정말 하기 귀찮은, 그냥 직원에게 시킬까 말까 하는 일을 꾸역꾸역 참고 했다. 나중에 좀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할 지는 몰라도 최소한 나의 의지 빈약으로 일을 회피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지금의 삼십대가 사십대, 오십대, 육십대까지 그 순수, 치열, 현실의 정신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한 인터뷰 내용이 있었다. 그 인터뷰 시점이 1998년이였으니 여기서 말하는 삼십대가 소위 지금의 586세대이다. 586세대는 그 당시 조 작가가 희망했던 것처럼 변함이 없는가? 요즘 민주의 상징이였던 586이 기득권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그 586세대인 선배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직 그 순수의 마음을 간직하신 분들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으로, 이제는 치열한 일선에서 약간은 물러나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을지는 몰라도....

시대는 변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와 신념이 있고,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할 것도 있다. 나는 그 많은 선택과 실행 속에 어디쯤에 있을까?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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