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체 (류츠신)

by 당근영근 2024. 5. 12.

삼체 (류츠신)

2024년 5월 3일 발사했던 중국 무인 우주 탐사선 창어6호가 달궤도에 진입했고, 만약 성공적으로 샘플을 채취한다면 인류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게 된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로 꾸준히 우주와 관련된 기술개발에 투자하였고,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함께 국민의 관심 또한 높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의 척도 중 하나가 SF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할 '삼체'(1부 : 삼체문제, 2부 : 암흑의 숲, 3부 : 사신의 영생)는 중국의 '류츠신'이 2008년에 발표한 SF소설이다.

1960년대 중국에서 초강력 전파 무기를 실험하던 중 태양을 이용한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고, 어떤 외계 문명이 그 신호를 수신하게 된다. 그 문명은 삼체(Three Body)문명라고 명명하는데, 그 행성에는 3개 항성(태양)이 수축과 팽창까지 하면서 예측불가능한 운행을 한다. 1개의 태양이 규칙적으로 뜨고 지는 항세기에는 문명이 발전하다가, 2개 또는 3개 태양이 뜨거나 아예 태양이 뜨지 않는 난세기에는 문명 발전이 멈추거나 파괴되면서 문명의 발전과 파괴가 반복되는 곳이다. 현재 환경에서 지속적 생존이 힘들었던 삼체 문명은 지구인을 없애고 지구로 이주하기 위해 지구로 출발한다. 지구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가졌지만, 광속까지 날 수는 없었기에 4광년이 떨어진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약 400년이 걸린다. 삼체 문명의 지구 침략을 알게 된 지구인은 대혼란을 겪으면서도 400년 후의 전쟁에 대비한다. 문제는 삼체에 의하여 지구에 있는 양자 가속기의 실험 결과가 조작되어 기초 물리학을 더 이상 발전시키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구인은 나노 섬유를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나 우주선 돛, 동면기술, 항성간 이동이 가능한 우주선(장시간 운행을 위한 동면 기술과 순환 생태계 환경 기술), 중력파 발신 기술 등을 발전시킨다. 또한 핵융합 기술이 일반화되어 풍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기기는 무선 충전방식으로 동작하여 마치 무한 에너지 배터리를 가진 것처럼 동작한다. 이런 것들은 현재도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고 계속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반면 삼체 문명의 기술은 지구기술에 비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초끈 이론의 기본으로 양자얽힘을 이용하여 원거리 통신이 가능하면서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한 컴퓨터인 '지자'(초끈 이론에 의하면 양자 단위로 가면 우리가 아는 4차원 외에 여러 차원이 끈처럼 얽혀있다는 이론인데, 이것이 이 소설 마지막까지 중요한 배경이 된다.)도 있고, 강한 핵력으로 구성되어 완벽한 밀도를 지니면서 움직이는 물방울 모양의 원격 비행체(어떤 물질로도 뚫을 수 없으며 모든 전파도 반사시키며 반대로 엄청난 속도로 어떤 물질도 뚫어버린다)도 있다. 마치 중세사람이 현대기술을 보면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의 기술이 양적인 발전을 했다면 삼체의 기술은 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지구인이 현재 기술(핵폭탄/핵융합/고체연료우주선)을 발달시키더라도 삼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 최대한 기술발전에 집중하면서 다른 여러 가지 전략을 수립한다.
대응전략 중 하나가 '면벽자' 프로그램이다. 벽을 보고 수련한다는 면벽 수련의 면벽이다. 삼체 문명은 '지자'가 인류의 활동들을 감시하고 있어 인류가 어떤 준비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단지, 삼체 문명은 거짓, 기만같은 속임수가 없는 문명이고, '지자'라도 사람의 생각만은 알 수가 없었다. 지구는 소수의 인원에게 '면벽자'로 지정하여 엄청찬 권한을 주고, 삼체 문명 침략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한다. 누구도 면벽자의 의도를 알 수 없기에 인류가 기술 열세를 극복하고 삼체를 이길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시즌1-8부작)는 소설의 1부와 2,3부의 일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2,3부에는 이후 지구는 시대별로 다양한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삼체 문명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견제한다.
여러 가지 인류 대응과 사건들이 관련인물들과 함께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여서 나온다. 얼핏 지나가는 듯한 한 사건이 나중에 다른 큰 사건의 원인이 되거나 그 자체로 중요한 사건이 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동면으로 인한 과거시대 인물과 미래시대 인물들이 같이 존재하면서 더욱 복잡하게 얽혀간다. 하지만, 그 관계나 사건을 아주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구현된 미래 우리 일상의 달라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나 아서 C.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유명한데, 실은 2010, 2061, 3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3권이 더 있다)처럼 방대한 스케일이다.
드라마를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었는데, 읽을 수록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3부까지 가면 그 스케일이 엄청 커지면서 너무 많은 반전같은 사건들이 연속된다. 그리고, 그 기술적 배경까지 읽다 보면 후반부에서는 솔직히 집중력이 떨어져 지치기까지 한다. 그래도 어떻게 마무리할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는 작가는 끝까지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감탄스럽다.

SF는 보통 하드SF와 소프트SF로 나눈다. 하드SF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하고, 소프트SF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이야기나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최근 내가 접해본 우리 나라의 SF들은 보통 소프트SF에 가깝다. 난 개인적으로는 하드SF를 높이 평가하는데, 이유는 상상력과 기술지식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삼체에는 여러 인물과 사건, 다양한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하드SF이다.

기술 강국을 외치던 우리 나라가 언제부터인가 점점 세계적으로 뒤쳐져 가고, 우수 인재들이 의대나 법대에만 몰리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기도 하다. 태권V를 만들 김박사는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과학기술에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하며, 우리 나라에도 이런 스케일의 SF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