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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by 당근영근 2024. 5. 18.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이 책은 2004년 초판이 나와 당시 공화당 부시에게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과 진보진영에게 큰 이슈를 일으킨 책이다. 진보 쪽에서 보았을 때 잘 이해되지 않는 불합리한 국민의 선택 결과에 대한 새로운 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 핵심 단어가 프레임이다. 내 놓았기 때문이다. 그로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사회변화를 의미하며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프레임을 인식한다. 상대방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한다면 오히려 상대방의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고 하는 순간 머리에는 코끼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생각은 보이지 않는 의식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지만 물리적이다. 생각은 뇌 속의 신경 회로망에 의해 수행되는 물리적 과정인 것이다. 뇌 안의 기존 회로망이 이해하도록 허용한 것만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단어를 통해서 프레임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런 회로망의 스냅스가 구성되고 만들어 지기 위해서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다.

우선, 보수주의자들이 구사하는 대표적인 프레임 적용 단어를 보면, '세금구제(Tax Relief)', '기후변화', '소송개혁', '오바마케어', '연금 혜택'등이 있다.
'세금구제(Tax Relief)'는 세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그를 위해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회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세는 고통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다. 고통을 없애 주는 것(감세, 실제로는 부자 감세)이 선이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대신 '기후변화'라는 단어로 사용하여 마치 인간의 개입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라는 이미지를 주게 된다.
기업의 금전배상 제한하는 법을 '소송개혁'이라 단어로 포장한다. 그럼으로써 환경/소비자/노동자 보호 조치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기업 상대 변호사의 수입을 줄여 민주당의 자금줄까지 끊는 효과도 있다.
저렴한 건강보험법을 '오바마케어'라고 명칭하고, 오바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활용하였다.
연금은 근로 조건에 포함된 이미 수행한 노동에 대한 지연된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혜택(Benefit)'으로 명칭함으로써 마치 기업이 선의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단어의 선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단어만 바꾸어 사용한다고 해서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가치관, 세계관과 일치해야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치관에 맞도록 신중한 단어 선정과 꾸준한 반복 등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정치는 도덕적이다. 그런데,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서로 다른 도덕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엄격한 아버지(보수)'와 '자상한 부모(진보)'로 대표되는 두 개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모든 일을 바라본다.
엄격한 아버지 가치관은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권위가 아버지에게 있고, 자식들은 그에게 순종하며 훈육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훈육된 자식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데, 반대로 그렇지 못 한 사람은 제대로 훈육이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부 지원은 최소화하고, 개인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자상한 부모 가지관은 감정이입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치고,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보수적 가치관의 중심이 '아버지'라면, 진보적 가치관은 '부모'가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가치관에 의하여 다른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잠깐 언급한 정부의 빈곤층 지원 같은 사회적 구제 정책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다. 보수는 정부가 아니라 부유한 소수가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진보는 정부가 세금으로 관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프레임은 도덕적 가치관을 기본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진보든 보수든 '자유'와 '생명'은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다. 수십년간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보수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가치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바라보도록 프레임을 구성하고,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프레임이라는 개념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도 현재 만들어진 프레임을 깨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생각을 한번씩 어떤 프레임에 갖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어느 정도 고전이 되어버린 책일지 몰라도 그 때 내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현재이므로 꼭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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