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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by 당근영근 2024. 6. 10.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아브람 노암 촘스키는 유대계 러시아인 이민 2세로 미국 MIT대학 석좌교수이다. 언어학자이지만, 아마도 우리에겐 사회운동가로서의 저작과 활동이 더 유명한 것 같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는 촘스키 교수가 10년 동안의 간담회, 연설회, 세미나 등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의 주제는 권력, 언론, 미국의 제국주의, 교육, 시민 운동 등 다양하다.

베트남 전쟁을 포함하여 중남미, 중동의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분쟁과 테러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처럼 직접 참전한 경우도 있지만, 이스라엘 등을 통한 간접 개입이나, 요인 암살과 같은 비밀작전들도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중앙 언론은 대기업으로 재벌과 연계되어 있고, 그 입장에 맞는 내용만을 다루고 있다. 그에 종사하는 언론인들도 거기에 길들어져 있는 사람들만이 남아있다. 소위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났거나 쫓겨난 것이다. 우리가 보통 외신(주로 미국 언론)을 우리 나라 언론보다 더 공정하고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그들의 이익에 관계없을 때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진짜권력은 정치제도나 정부가 아니라 민간 경제 즉, 기업이 가지고 있다. 부유한 엘리트이 장악하고 있는 이 사회에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 정세나 사회 제도가 움직인다. 예를 들어 어떠뉴정부 규제 기관이 설립되었다면 그를 주도한 것도 기업이고, 만약 규제를 하지 않을 경우 자본주의가 파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제도들이 이런 개인 권력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그에 반하는 내용은 철저하게 무시되거나 억압받는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떻게 약소국과 민중을 억압하고 지배했으며 여론을 조작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경악할 정도이다.

소득은 양극화되고, 기업은 개인의 파편화시키면서 시민운동을 약화시키고 있다. 촘스키 교수는 이런 제도가 만들어놓은 틀을 벗어날 경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현실도 숨기지 않는다. 또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어려우며 때로는 가망이 없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역사의 민중운동은 특정한 리더가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민중에 의해 주도 되었음을 강조한다. 스스로 어떤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힘을 합쳐서 조직을 형성하고, 연대의식과 공감을 통해 억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영문판이 2002년에 나왔고, 우리나라 번역본이 2005년에 나왔으니, 20년도 넘은 내용들이라 어떤 사건의 결과나 평가는 현재 기준으로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중심으로 인용된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내용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언론, 기업 권력, 노조와 부의 양극화 등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현재 모습과 가히 다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정세 뿐만 아니라 우리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