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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장한업)

by 당근영근 2023. 10. 29.

‘스파게티’와 ‘쌀국수’라는 말에서 차별이 느껴지시나요?

이탈리아 밀국수는 ‘스파게티’라고 하고 베트남 쌀국수인 ‘퍼’는 그냥 쌀국수라고 합니다. 저자는 비교적 잘 사는 나라인 이탈리아는 음식 뿐만 아니라 언어도 받아들였지만,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경우는 음식만 받아들이고 언어는 받아들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 다 되었네”라는 말도 외국인 또는 이민자에게 하는 이런 표현조차 칭찬의 의미가 아니라 결국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차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유난히 ‘우리’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하는데, 특정 집단에 대한 울타리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흔히 단일민족국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고대부터 많은 외국인들과 교류를 통한 다문화, 다국적인 나라이라고 얘기합니다. 신라 시대부터 아랍인과의 교류가 있었고, 고려 후반에는 고려의 왕과 원나라 공주에게 태어난 혼혈왕이 다스렸던 나라입니다.

대표음식인 빨간 배추김치만 해도 남미에서 들어온 고추와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 품종으로 만들어진 다국적인 음식이라는 것이죠. 순수하게 하나의 민족, 문화라는 것은 허상입니다. 이처럼 다문화인 나라이지만,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에 갇혀 수많은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별에 대한 책 중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출판사)’이 있습니다. 책의 머릿말에 ‘결정장애’란 단어가 포함한 차별성을 얘기합니다. ‘장애인’를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로 의식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은 ‘비장애인’이란 표현을 씁니다.

‘차별의 언어’가 외국인이나 이민자, 다문화 가정들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문화, 다국적인 역사와 사실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가지 편견을 가지고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차별은 편견에서 출발하며 아인슈타인이 ‘편견을 깨는 것은 원자를 깨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편견을 없애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에 대한 자기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머리로 알고 있더라고 실제 감정까지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쉽게 마주치는 외국분들에게 본인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2023.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