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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카렐 차페크)

by 당근영근 2024. 8. 11.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카렐 차페크)

'로봇'이란 단어가 체코의 어느 희극에서 나왔다고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 작품은 바로 1920년에 나온 카렐 차페크의 희극 작품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이다.

어느 섬에 젊고 예쁜 한 여인 헬레나가 찾아온다. 그 섬에는 로숨이라는 아버지, 아들 과학자가 개발한 로봇을 만들어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공장이 있다. 큰 공장에 인간이라고는 관리자 몇 명 뿐이다. 헬레나는 로봇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멈추기 위해서 로봇이 저항운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로봇 회사 사장과 결혼하여 함께 섬에서 지낸다. 그 이후로 10여년이 지나 바깥 세상으로부터 이상한 소식이 들려온다. 로봇의 엄청난 생산성 때문에 인간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살게 되고, 급기야 로봇을 전쟁 도구로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로봇의 반란이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로봇을 유일한 공급처인 이 섬도 점령하러 온 것이다.

로봇이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은 20년, 새로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로숨 박사가 연구한 개발 노트가 있어야만 한다. 그 노트는 그 섬의 인간만 가지고 있는 기밀 문서다. 로봇에 의해 멸망할 위기에 처한 인간과 인간이 가진 노트가 없으면 멸망할 수 밖에 없는 로봇. 이 둘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오래 전 작품이라 그냥 단순한 로봇이라는 개념만 잠깐 나오는 작품일 거라는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 시대에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이슈, 로봇 생산성에 따른 인간 노동의 소외 뿐만 아니라, AI 전투로봇, 로봇 인권(로봇권인가?), 생명체의 정의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여기 로봇은 우리가 보는 기계 로봇이 아니라 어떤 유기체로 만들어진다는 점은 다르다.

이 책은 단순히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로봇을 주제로하는 SF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시간이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짧은 희극 대본이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20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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