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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by 당근영근 2024. 8. 13.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펄롱은 석탁과 목재를 파는 가게 주인이자 부인과 다섯 딸을 둔 가장이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펄롱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성실하게 살아와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석탄광에 갖혀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엉망진찬인 옷차림의 소녀는 펄롱에게 강까지 데려다 달라고, 아니면 여기 대문 밖까지만 나가게 도와달라고 한다. 수녀원에서 소녀나 여자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며 세탁소를 운영하다는 것을 알려져 있었지만, 수녀원은 이 지역에 힘있는 단체였기에 펄롱은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하고 수녀원을 나온다.
수녀원을 나와 잠시 길을 잃은 펄롱은 어느 노인에게 길을 묻는다.

"이 길로 가면 어디로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이 후 펄롱은 더 이상 그 전과 같지 않다. 자신과 가족의 일상적인 행복만이 중요한 것인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이 소설은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카톨릭 교회와 정부 지원을 받으면 운영되었던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소 만 명 이상의 여자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수천명의 아이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한 곳이 아니라 전국에 여러 곳이 운영되었다고 함)
성매매 여성이나, 혼외임신 여성, 고아,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평판이 있는 여자들이 강제 수용되었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영화 '도가니'로 유명해진 인화학교 사건이 연상된다.

"좋은 사람들이 있지, 펄롱은 차를 몰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조차 우리가 가진 특권이고, 이런 평범함이라도 지키기 위해 앞만보고 달려가는 소시민들은 과연 타인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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