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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유발 하라리)

by 당근영근 2024. 10. 28.

넥서스 (유발 하라리)

인류의 빅히스토리를 다룬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신작이다.
'사피엔스'에서 상상의 이야기를 믿는 인간이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낸 인간의 이야기를, '호모 데우스'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발전으로 인간이 신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넥서스'는 인간의 역사를 정보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현재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는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의 눈길로 바라본다.

정보 네트워크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둘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서 유지에 집중되면 전체주의로 갈 위험이 크다.
정보의 자유가 확보되고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면 진실이 결국 이기리라는 생각을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며 결코 현실은 그렇게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인쇄혁명은 지식 전파의 필수 기술이였지만, 마녀사냥을 부추키는 책이 코페르니쿠스의 책보다 널리 퍼지면서 마녀사냥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고대부터 현대의 정치제도가 정보기술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보여준다. 고대, 중세에는 기술의 제한으로 전제주의도 대규모로 발전하지 못 했다. 먼 지방의 활동을 감시하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TV, 라디오, 통신 기술이 등장한 후에 스탈린과 같은 대규모 전체주의나 민주주의가 발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정보를 처리할 기술이 부족한 전체주의는 실패하고(다른 원인도 있지만 여기서는 정보에 대한 관점으로 해석한다), 현재는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를 이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욱 발달한 정보기술과 데이터 처리를 하는 AI기술의 발달에 따라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모른다. AI시대는 정보의 집중화가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경이나 코란 등의 경전은 오류가 없다는 믿음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성경을 해석하는 인간 조직이 오히려 더욱 권위를 가지게 된다.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처럼 엄청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도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며 그에 대한 자정기능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기술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인간의 선택이라고 하는 관점은 대런 아세모글로, 사이먼 존슨의 '권력과 진보'과 동일하다.(대런과 사이먼은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문제는 이런 판단과 자정 기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측도 어려우며 몇몇 나라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늦지 않도록 진행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언젠가는 인류 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를 의식이 없는 세상으로 만들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로 책을 맺는다.

기술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이 강하지만, 역사와 정보라는 관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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