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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by 당근영근 2024. 9. 7.

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제주에서 발생한 방성칠의 난(1898년)과 이재수의 난(1901년)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지나친 과세에 대한 거부 운동이었던 방성칠 난에 비해 이재수의 난은 조금 더 상황이 복잡하다. 중앙 정부에서 파견된 세금 징수관은 당시 프랑스인 신부을 중심으로 제주도 천주교 교인에서 마름 역할을 맡기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 천주교인의 횡포가 같이 겹치면서 세폐과 교페에 대한 반대,  세금 거부와 동시에 반 천주교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렇게 천주교인의 횡포가 가능했던 것은 프랑스 신부는 고종으로 부터 나를 대하듯 하라는 '여아대' 패를 가지고 다니며 어떤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지방 군수도 그에 대해 제지할 수 없었던 사실상 치외법권적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수는 천민 출신으로 양반과 함께 민란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나, 좀더 유화적인 행동을 취한 양반 출신에 비해 좀더 민란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민란 중에 수백의 민중과 천주교 교인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런 민란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장두라고 하는데, 반란이라기 보다는 가혹한 세금 징수같은 부당한 관리 행정에 항의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이 장두를 중심으로 몇 명의 핵심인물들은 사건을 종료된 이후에는 처형을 각오하고 민중으로 동원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최초의 소설 '순이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가 그 후속으로 198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특정 주인공을 중심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전체적인 사건을 재현한 듯하다. 작가 스스로도 "상상력을 절제하여 복원작업에 더 열중한 이 작품은 아마도 문학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이다.

2023년에 발표한 제주4.3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도 비슷한 느낌인데, 작가가 제주의 아픈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래전부터 노력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작품들을 접하고 나면 제주가 단순히 한라산과 아름다운 바다를 지낸 관광지가 아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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