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라틴어로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이 운명이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자 가수의 인기곡으로 요즘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 사회철할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모르 파티를 자신과 같은 계급의 다른 사람이 성취한 것을 기준으로 야망을 품는다는 ‘운명 순응’으로 해석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의미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책에서 계층별로 다른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방식을 가지는데, 이처럼 한 사람이 사회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이 개인의 고유한 성향을 발현하는 것을 ‘아비투스’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취향은 본인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기가 처해 있는 위치에 따른 어쩔 수 없이 강요된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계급(상류/중간/민중)에 따라 가지고 있는 경제/사회/문화자본이 어떻게 달라지고, 자기의 선택이 어떻게 제한 받는지 자기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부르디외의 이론을 설명한다. 부르되외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 최고의 대학 교수가 된 것와 비슷하게 저자도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시작하여 회사를 옮겨가며 경제적/사회적으로 단계를 올라가는 과정에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몇 년전에 읽은 ‘아비투스(도리스 메르틴)”의 책이 기억났다. 이 책 역시 브르디외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 책이다. 메르틴은 중간층의 지식인이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얘기한다면, 이 책 저자 나영웅은 현재를 스스로 좀더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얘기한다. 지금의 위치는 자기의 환경에서 나름의 최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자리에 무조건적으로 만족하라고 살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에게 성처를 주는 일이나 자신 혐오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계급의 사다리에서 올라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에서 메르틴의 책보다는 나영웅의 책이 좀더 위로가 된다.
마지막 부분의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라는 소설책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애들도 다 학교를 보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자유시간을 가지게 된 평범한 부인이 개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매일 허름한 호텔의 19호실을 찾아 간다는 얘기다.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던 부인은 하지도 않은 불륜을 인정한다는 얘기라고 한다.가장 가까운 가족과도 독립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공간인간’이나 ‘건축가의 공간일기’과 같이 ‘공간’이 나의 관심을 끄는 주제가 된다. 요즘은 학문적 깊이보다는 나에게 무언가 위로가 되는 책들이 끌린다. 이것도 나의 취향이 반영된 생각이이겠지.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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