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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욘 포세)

by 당근영근 2024. 3. 2.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노르웨이 화가인 라스 헤르테르비그(1830~1902)라는 실존인물이다. 화가는 빈곤한 집안 출신인데 후원자를 만나 독일에서 회화 공부를 했으나 동료 화가의 냉대를 받으며 정신병을 얻었다고 한다.

소설은 라스가 독일 유학시절 하숙집에서 쫒겨나는 날, 고향으로 돌아온 후 정신병원에서 탈옥을 결심한 날, 주인공 사후에 그의 누나(실존 인물은 아니라고 함)가 라스를 회상하는 날, 현대로 와서 라스의 그림을 보고 그를 주제로 작품을 쓰려는 어느 작가가 사제를 찾아가는 날(이 부분은 짧게 중간에 나온다) 등 단 나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슬픈 감정을 뜻하는 멜랑콜리아라는 제목처럼 라스는 정신병에, 누나는 치매에, 소설 속 작가는 종교에 대한 어떤 집착에 빠져있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소설을 보다보면 읽는이마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같은 생각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혼동스러워하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혼란스러운 생각과 행동에 대한 같은 문장이 20~30번쯤 반복되어서야 겨우 다음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내용이 어렵다고 할 순 없지만, 읽기는 쉽지 않다. 나처럼 스토리를 따라 가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힘들 것 같다.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 상태를 어떤 설명이나 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마저 스스로 그렇게 느낄 것 같은 그런 작품이다. 어쩌면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20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