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by 당근영근 2024. 5. 25.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얼마 전 '철도원 삼대'의 황석영 작가님도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소설은 2022년 '저주토끼'로 역시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신작이다.

대학에서 장기 농성 중이던 한 대학의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새벽에 복도에 나타난 문어를 잡아 먹는다. 다음 날 검은 정장을 한 비밀 요원들이 나타나 그 교수가 지구를 구했다고 한다. 시장에서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오는 러시아산 대게는 자신이 러시아의 해양 가스관 공사에 투입되었다가 공사가 완료된 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해양 생물들,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등이 나오는데, 이들은 실은 바다를 기본으로 하는 다른 행성의 외계인이다.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기담집처럼 느껴졌던 '저주토끼'에 비해서 이번 작품의 설정은 처라리 귀여운 편이다.
'저주토끼'가 SF나 환타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근대 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처럼, 이 소설도 코로나 사태 전후로 벌어진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정규교수(소위 시간강사)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교육교육법 개정이나, 바다에 대한 오염 등이 우려되는 러시아의 가스관 공사, 이동약자들에 대한 현질, 외국계 기업의 불법파견과 해고, 소위 먹튀 현상, 일본의 원전 폐수 해양 투기 등 정말 지금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실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그대로 많이 녹아져 있기도 하다.

여러 개의 단편들을 연속적으로 엮어져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많은 현실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4.05.2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0) 2024.05.29
3부작 (욘 포세)  (0) 2024.05.26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0) 2024.05.18
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0) 2024.05.15
삼체 (류츠신)  (0)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