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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욘 포세)

by 당근영근 2024. 5. 26.

3부작 (욘 포세)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이다.

'잠 못 드는 사람(2007년)', '올라브의 꿈(2012년)' ,'해질 무렵(2014년)'을 모은 것인데, 세 작품이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바닷가 시골 마을에 사는 17살 아슬레는 바이올린 연주자이면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던 아버지가 바다에서 실종되고, 그 후 어머니도 건강 악화로 돌아가신다. 그는 같은 마을 또래의 알리다와 가까와지면서 둘은 아기를 가지게 된다. 어머니와 언니로부터 천덕꾸리기 취급을 받던 알리다도 둘은 고향으로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간다.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떠난 두 사람은 만삭인 알리다가 제대로 쉴 곳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느 노파의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어떻게든 불안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이름을 바꿔서 다시 도시를 떠나 살던 중, 아버지의 바이올린을 팔아 알리다의 반지를 사러 도시로 나온 아슬레는 자기를 알아보며 살인자라며 따라오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이 때부터 고향을 떠나오면서 몰랐던 일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된다.

 

욘 포세의 문장은 독특하다. 마침이 없이 중간 중간 쉼표로만 구분되면서 계속 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사나 상황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혼자서 끝없이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독특한 문장 속에 현재와 과거가 섞이고, 현실과 환상이 중간 중간 섞이면서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따라 같은 문장이 반복되기도 한다. 반복을 통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은 '멜랑콜리아'라는 작품에서는 극에 달한다. 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거나,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에 강박이나 혼란을 묘사가 아니라 독자가 직접 느끼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이런 문장 구조와 반복을 통한 감정의 극대화가 이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 듯 하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둘의 사랑은 소위 말하는 죽음이 갈라놓아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불안과 혼란을 느끼는 초반에 비해 마지막은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