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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by 당근영근 2024. 7. 28.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경'은 폭탄테러로 사장인 부모님을 잃고, 회사 직원이였던 '현'과 결혼하고 회사 경영을 맡긴다. 회사는 고통을 없애주는 약으로 유명한 제약회사였다. 폭탄테러를 자행한 것 고통을 통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초월 교단'의 소행이였다. 고통을 없애는 약을 만드는 회사가 구원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드론 폭탄을 조정한 '태'는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친 어머니가 생활고때문에 교단에 들어와서 어머니와 떨어져 교단 안에서 자란 인물이다.
테러가 일어난 지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교단은 세력이 약화되었으나, 예전 그 제약회사가 개발하다 중단된 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현', '경', '태'는 형사들과 동행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보라 작가의 대표작(?) '저주토끼'가 기담 모음집같다면, 이 작품은 추리소설같은 느낌이다. 사건을 파헤치면서 여러 인물과 과거의 사건들이 하나하나 엮여진다. 형식은 추리 소설같지만, 끊임없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현'과 '경'은 동성 부부이며, 형사 중 한 명은 트랜스젠더이다. 인물들의 구성 뿐만 아니라, 타인에 의해 규정되지 않은 성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통에 대한 질문도 던지면서 다양성에 대한 우리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소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갔다하는 시계추와 같다"는 말을 했다. 고통은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한 요소이지만, 고통이나 고통없음이 인생을 구성하는 전부는 아니리라. 어떤 것에 의미를 찾을 것인지는 결국 본인의 몫이 아닐까 한다.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