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황금종이 (조정래)

by 당근영근 2024. 8. 3.

황금종이 (조정래)

황금종이. 돈은 황금보다 더 좋다.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후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고, 이제는 종이도 필요없이 전자 비트 정보로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운동권 출신으로 검사 생활을 하다가 재벌상속 수사를 진언하다 옷을 벗게 된 이태하 변호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돈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자식에게 자기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물러줬는데 부양 의무를 하지 않는 경우나, 상속 재산을 무분별하게 날려먹는거나, 자식간의 상속 싸움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너무 많이 들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갑자기 가게세를 4배나 올려달라는 건물주에는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가하는 식당주인이야기나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돈의 유혹에 빠져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는 편의점 사장이야기도 있고, 자식들이 돌보지 않는 노인의 재산상속을 노리고 간병인으로써 불편한 역할도 끝까지 하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고 싶고, 없는 자는 없으니 돈을 갈구하는, 돈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태하 변호사의 대학시절 운동권 선배이면서 국회의원까지 지냈지만, 귀농하여 자립영농을 하고, 외국 노동자의 처우도 제대로 해주며, 그 돈으로 재단까지 운영하려는 한지섭이라는 인물은 그나마 돈의 위력에 대항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식들의 유학비 때문에 고민하던 이태하 변호사가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사건을 승소하면 상대측이 대학이 도서관을 짓지 못하게 되는 사건 수임을 두고 고민하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이 난다. 어느 누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2024.08.03)